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내 아내의 우울증 극복기.. (현재진행중)

열려라 웹소설

by 좋은리뷰굿 2020. 11. 1. 07:24

본문

반응형


간단히 적어보면 아내가 우울증 치료를 13년째 받고 있는 상태이고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예요.
그간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구요. 부부가 같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기에 연애때부터 지금까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당시 상태가 어떠했고, 저희 부부가 양가 어른들과 어떻게 해서 노력을 했는지 적으려고 해요.
그래서 내용이 좀 길어 질 것 같아요. (긴 글 싫으신 분은 스킵해 주시구요.)
하지만 그래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서두에도 적었지만 제 아내는 13년째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어려서 부터 아버지(장인어른)가 시키는데로 진로를 선택하며 목표없는 그냥 그런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중학교 시절에 좀 이쁘다는 이유로 전학간 학교에서 왕따를 심하게 당하고 이상한 소문에 아내의 성격이 좀 변했다고...
결혼하고나서 아내가 우울증에 걸리고 이를 처갓집가서 알려드리니 장모님이 말씀을 해주시더라구요. 이 시기가 시작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구요.
암튼 연애할 당시에 아내를 떠올리면 아래와 같이 설명이 되네요.
눈치도 많이 없는 편이고, 누군가를 챙길줄도 모릅니다.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줄 모릅니다. 좋다와 싫다, 고맙다와 미안하다  이런 걸 말을 못했어요.
자기 생각에 아니다 싶으면 돌발적인 행동도 하고, 그런 이유로 한 곳에서 직장생활을 오래하지 못했구요. 친구도 몇 명 없었구요.

24살에 아내를 아내 친구에게 소개 받아 처음 만나서 3년간 연애를 하면서 느낀 것은 너무 순수했어요.
(사실 처음엔 생각보다 많이 예쁘기도 했구요.)
돈에 대한 욕심이 없었고, 저한테 만큼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줬죠.
나중에 저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물으니 저를 만나면서 자신이 사랑받고, 존중 받는 느낌을 받는게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
이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26살때 입니다.
아버지께서 늘 그러셨어요.
"니가 선택한다면 장애인이든 술집여자 든 반대하지 않겠다. 여태껏 자라주었던 대로 니가 결정하고 니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
아내가 사람과 친해지는게 너무 어렵고, 눈치가 없어 부모님과 친하게 지내는 나한테 와서 잘 할지 걱정은 되었지만,
이 사람은 우려되는 부분이 원래 이렇구나 생각하면 그런 행동들이 이해가 되거든요.
모아놓은 돈도 거의 없어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하는데 기꺼이 저를 따르겠다고 했고, 순수한 마음이 있어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여자를 믿을수 있다고 자신했어요.(이 마음은 지금도 변함 없답니다.)
조건이 미약하지만 받아주고 지지해주시는 장모님과 장인어른도 좋았구요.
저희 부모님도 아내를 인사시킬때 부족한 부분은 서로 맞추면서 잘 살아보자고 하셔서 허락은 어렵지 않게 받고 결혼에 골인했어요.

하지만, 결혼이 시작되고 저희 어머니와 부딪히기 시작했어요.
그래 봤자 어머니만 속을 끙 앓는거죠. 아버지가 옆에서 보시다가 안되겠다 싶으면 저한테 술한잔 하자고 하시고
그 때 이야기해 주시고...
아내가 좀 노력해줘서 적응할거라는 저와 처갓집의 기대를 무너뜨리더라구요.
결혼전에 임신을 한 상태여서 다들 조심했어요.
하지만 2달 정도 지나고 아버지가 진지하게 이야기 하자고 하셔서 밖으로 나갔어요.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한다. 니들 분가해라."
원래는 돈을 좀 모아서 분가할 여력이 될 때 나가기로 했는데 2달만에 아버지께 분가하라는 말을 들으니 망치로 얻어 맞은거 같더라구요.
당시 저는 취업한지 얼마 안되었어요. 그래서 늘 막차를 타고 집에 왔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던거죠.
암튼 당시 아버지의 판단은 13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신의 한 수 였어요.
어머니 성격이 소심하고 욕도 못합니다. 기가 쎈 아버지한테 눌려서 평생을 사셨죠. 자상하고 순하기만한 어머니께
며느리까지 이해하고 맞춰서 살아달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리였어요.
암튼 무리해서 대출을 받아서 마을버스로 2정거장 떨어진 곳에 빌라를 사서 이사를 갔습니다.
이 때부터 첫째 딸을 낳기 전까지 나쁘지 않는 신혼 생활이었어요.
그러다가 첫째를 낳았어요.
아이를 낳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릅니다. 아내가 원래 잠이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스타일이예요.
그러니 일하고 늦게 들어와서 잠 좀 들면 아기가 울면 아내가 일어나질 않는거죠.
아내는 음식을 거의 할 줄 몰랐습니다. 살림이라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빨래나 간단한 정리는 할줄 알았어요.
암튼 주말에도 그랬지만, 평일에도 제가 음식을 만들고 식사준비를 하는 경우 늘었어요.
거기다가 아기가 울면 깨서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분유를 먹이고...
일하고 거의 막차를 타고 늦게 들어오는 제 입장에서는 점점 화가 났죠.
싸우기 시작했어요. 저는 꼼꼼하고 잘 챙기는 성격이어서 제가 다 하면 되는거 였지만,
몸이 힘들고 이게 누적이 되니 아내를 보면 짜증이 나는 겁니다.
그러니 집에만 있는데 낮에 뭐하냐... 이런것도 해보고 해야히지 않느냐... 잔소리하고 짜증내고 이러니 싸울수 밖에 없죠.
당시를 회고해 보면 제가 아무리 힘들었어도 아내를 더 도와줬어야 했어요.
하지만 내가 힘들어지니 참고하던 것들이 참지 못하는 지경으로 변하게 된거죠.
1달이 지나도 아내는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출근하려고 준비하는데 아내를 아기를 안고 있습니다.
왠일인가 하고 아내를 봤는데 쌍꺼풀이 있어 작지 않는 눈이었는데 눈꼬리가 눈에 띠게 내려가고 눈동자가 풀렸네요. 평상시와는 다른 눈모양이었습니다. 잠을 못자서 풀린 정도가 아니라 정신줄을 놓은거 같은 표정이었죠.
어제 밤까지는 괜찮았는데 이상하다...심각하다... 싶어서 10분 정도 여유시간이 있길래 물어봤습니다.
이야기를 하는데 잠을 2일간 못잔거 같은데 정확히 며칠을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겁니다.
물어본 것과 다른 횡설수설을 하기도 하고...
너무 겁이 났어요.
우선 인터넷으로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그러다 우울증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아내의 상태와 비슷하더군요.
드라마 같은데서나 나오던 단어... 많이 들어봐서 어색하지는 않는데 뭔가 거부감이 드는...
우선 회사에 전화해서 팀장님께 아내가 아파서 결근해야 겠다고 했어요. 아기를 돌봐야 한다고 했죠.
그리고는 지하철로 40분 거리에 있는 처갓집으로 갔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처갓집으로 걸어나는데 여러가지 생각과 함께 그냥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
아내나 아기가 잘못될까봐 겁도 나고...
암튼 마음을 추스리고 처갓집에 들어가서 저의 전화 때문에 출근도 못하고 기다리는 장인어른과 장모남을 앞에 두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장모님도 우시려고 하고.. 장인어른은 한숨만 쉬시고..
중학교 때 왕따를 심하게 당했던 이야기와 20살이 넘어서는 아내를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저를 만나고 나서 달라지고, 제가 하는 말은 잘 듣고, 서로 맞추려고 노력하는 걸 보고 두말없이 결혼 허락한거라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아내를 신경정신과에 데리고 가서 치료를 시키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처갓집 근처인 영등포쪽을 알아보고 2군데 정도 가봤네요.
상담 받는데 무슨 메뉴얼을 놓고 그대로 물어보는 느낌??
암튼 약을 받고 여기는 아니다 싶어 지금 치료를 13년째 받고 있는 부평 소재의 병원으로 갔습니다.
원장님께 상담을 받는데 아내와의 연애 시절부터 현재까지 쭉 물어보시네요. 상담만 2시간 가까이...
당연한거지만 남편이 같이 와줘서 고맙다고 하시고.. 하지만 아내에게 나무라고 한 부분은 혼나구요.
다음날은 아내와 장모님, 장인어른이 같이 상담.. 저는 빠지구요.
어릴때부터 결혼전까지의 아내에 대한 것을 물어보고 상담...
다음날 저를 부르시네요.
아내의 살림이나 육아에 대해 할줄 모르고 이에 대한 걱정만 하다가 산후우울증이 매우 심각해졌다 것과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멘탈이 약해서 증상은 거의 티가 나지 않았겠지만, 계속해서 우울증에 걸리는 곤 했을거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고 주변사람들도 이해하고 도와줘야 한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아내는 자존감이라는게 완전히 바닥인 상태였고,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잘못했던 것만 생각이 난다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1주일에 한번씩 상담치료를 받았습니다.
이때 저희 부모님도 많이 놀라셨지만, 며느리의 이해 안되던던 행동도 원래 그랬던 것이구.. 이해해 주시고,
보듬어 주셨어요.
우선은 처갓집으로 짐을 싸서 1달 정도 기거를 했습니다. 아내의 심적인 안정과 아기를 돌볼 사람이 필요했으니까요.
저도 좀 더 육아와 살림쪽에 신경을 썼구요.
아내의 사회성을 키우려고 노력했는데 그건 강제로 되는 것이 아니죠.
우선 당시 유행하던 인라인 스케이트화도 사서 같이 운동하고...
우울증 걸린 분들의 증상을 보면 대개 대인기피, 사회성 결여, 자존감 결여, 의지결여...
이런 상태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중간에도 많이도 싸웠고, 한번은 아내는 기억이 안난다고 하는데 심하게 말다툼을 하다가 아내가 4층 빌라에서 뛰어내려고 창에 올라간걸 잡은 적도 있어요.
우울증이 오는 주기도 길어졌어요. 처음에는 1~ 2달에 한번씩 2주~3주 정도 증상을 보였어요.
잠이 안온다고 하면 그 때부터 시작이라고 보고 병원에 가서 좀 더 강한 처방을 받아 복용했구요.
중간에는 조울증 증세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서 걱정도 많이 했었구요.
2~3년 전부터 아내의 우울증 증세가 많이 좋아졌어요.
물론 지금도 치료를 받습니다. 2~3달에 한번씩 우울증 증세가 오기도 하구요.
2주에 한번씩 병원에 갑니다. 약도 강도가 약해졌구요. 잠을 못자는 경우는 없구요.
평생 먹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우울증 증세가 오면 농담으로 그럽니다.
"한두번 겪은 것도 아니고...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하는지 알지?"
4~5일정도면 완전히 회복하구요.
누구보다도 본인이 많은 노력을 했을 겁니다.
이제는 살림도 제법 잘하구요. 음식솜씨도 좋아졌고...
작년부터 성당엘 다니기 시작했구요. 아이들도 첫째인 딸이 벌써 초6학년이고 엄마와 친구도 되어주고..
어른들한테도 예의바르고 조심스럽게 잘 합니다.
자꾸 무언가 보려고 하고...
아직 마음속에 있는 걸 표현하는거 서툴지만 이것도 고치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어려움이 있던 걸 잘 아는 친척누님이 아내보고 수다쟁이가 됐다고 웃으면서 농담을 하기도 해요.
무엇보다 저를 사랑해주는게 느껴져요. 못하는 애교도 가끔 부리고...질투도 하고...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달라진 모습을 볼 때마다 뭉클하고...
나를 만나서 그런건 아닌지 불쌍하고...
이겨내 주어서 고맙고...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죠.
연애때나 신혼때와는 다른 사랑인거 같아요.

이제 저만 돈 잘 벌어오면 되는데 아직은 잘 안되네요. 노력하다보면 달라질 수 있겠죠.

제법 긴 글이 되었습니다. 물론 저 안에는 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최대한 줄여봤는데요.
배우자가 우울증에 걸리거나 가족이 우울증에 걸릴 경우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믿음과 의지... 사랑이 없으면 안되고 양가 가족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조금 이해가 되실 듯 합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루하다고 다르의견 주시는거 아니죠?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